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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27:15-29 염소 가죽을 벗고 은총의 빛으로, 맨얼굴을 사랑하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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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란 타인의 눈을 속이고 내 욕망을 채우기 위해 뒤집어쓴 '거짓된 변장(염소 가죽)'을 벗어던지고,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묵상) 나의 부끄러운 맨얼굴조차 한없는 자비로 품어 안으시는 하나님의 은혜 앞에 서는 거룩한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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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쏟아지는 세상의 숱한 말들과 치열한 경쟁의 소음에 지쳐, 문득 내 영혼의 고요한 침묵이 간절히 그리워지는 2026년 4월의 한복판입니다. 무한 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남모를 상처와 생존의 무게를 견디며 이 자리에 오신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그리고 진정한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회의감 속에서 참된 진리의 길을 더듬고 계신 모든 분의 일상에 평화의 주님이 주시는 다사로운 은총이 스며들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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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세상은 늘 누군가를 이기고 넘어서야만 내 몫의 축복을 쟁취할 수 있다고 다그칩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구약성경 창세기 27장의 풍경은, 바로 그 세속적 욕망이 하나님의 언약을 이어받은 가정 내에 침투했을 때 얼마나 서늘하고 뼈아픈 비극을 낳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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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어두워진 아버지 이삭이 맏아들 에서에게 축복하려 한다는 사실을 안 리브가와 야곱은 치밀한 사기극을 벌입니다. 야곱은 형 에서의 좋은 옷을 입고, 매끄러운 손과 목에는 염소 새끼의 가죽을 뒤집어쓴 채 아버지의 병상으로 들어갑니다(창 27:15-16). "내 아들아 네가 누구냐" 묻는 아버지의 떨리는 음성 앞에, 야곱은 천연덕스럽게 "나는 아버지의 맏아들 에서로소이다"(창 27:18-19)라고 대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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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원 교수는 그의 책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에서, 우리가 성경을 하나님과 인간의 위계적인 명령과 선택으로만 파악하는 '수직적 관점'을 넘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얽히고 충돌하는 생생한 삶의 실재에 주목하는 '수평적 관점'으로 읽어낼 것을 권면합니다. 수평적 시선으로 이 본문을 들여다보면, 여기에는 마침내 약속을 쟁취해 낸 위대한 믿음의 영웅담이 없습니다. 영적인 축복이라는 미명 아래, 눈먼 남편을 기만하는 아내, 형의 정당한 권리를 도둑질하는 동생, 그리고 자기 이익을 위해 혈육마저 속이는 철저하게 파괴된 관계의 참담한 민낯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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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이토록 비정해질까요? 아우구스티누스와 루터가 짚어냈듯,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타락한 인간은 철저히 '자기 속으로 구부러진 인간(homo incurvatus in se)'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야곱의 비열함을 비난하지만, 가만히 우리 자신의 내면을 성찰해 보면 우리 역시 염소 가죽을 뒤집어쓴 야곱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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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연약한 맨얼굴로는 도무지 환영받지 못하는 곳입니다. 세상의 축복과 인정을 받아내기 위해 우리는 부단히 남의 옷(세상의 화려한 스펙과 지위)을 빌려 입고, 내 거친 본성과 텅 빈 내면을 감추기 위해 그럴싸한 염소 가죽(거짓된 페르소나)을 뒤집어씁니다. 그러나 형의 옷을 입고 축복을 받아낸 야곱이 결국 형의 분노를 피해 평생을 두려움 속에 떠도는 도망자로 살아야 했던 것처럼, 타인의 삶을 흉내 내고 속여서 쟁취한 세속의 축복은 결코 우리 영혼에 참된 평안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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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얄팍하고 거짓된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에게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 바로 참된 '묵상'입니다. 구약학자 엘렌 데이비스(Ellen Davis)는 이렇게 갈파했습니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과 관계를 맺는 비법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책장을 천천히 넘기는 일일 것이다". 참된 묵상은 내 이기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성경에서 재빨리 성공의 공식을 뽑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조용히, 아주 천천히 말씀의 책장을 넘기며, 시간 속을 바동거리며 영원을 지향했던 성경 속 인물들의 거친 숨결에 나의 호흡을 고스란히 포개어 보는 뼈아픈 공감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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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묵상의 자리에서 우리는 "네가 누구냐"라고 물으시는 하나님의 다정한 음성을 대면하게 됩니다. 그때 묵상은, 세상을 속이기 위해 내가 겹겹이 껴입었던 위선의 옷과 짐승의 가죽을 남김없이 벗어 던지고, "하나님, 저는 훌륭한 에서가 아닙니다. 저는 비겁하고 상처투성이인 야곱입니다"라고 나의 흠집 난 맨얼굴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위대한 항복의 사건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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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혹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내가 좀 더 훌륭한 헌신의 가죽을 덮어쓰고, 남들보다 대단한 종교적 열심의 옷을 입어야만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지 않을까?" 하는 무거운 율법의 강박에 짓눌려 계십니까? 나의 텅 빈 진짜 모습이 들통날까 봐 늘 불안해하며 짙은 우울과 회의에 빠져 계신 분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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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팍팍하고 냄새나는 변장의 가죽을 십자가 앞에 모두 벗어 놓으십시오. 하나님은 우리가 남의 옷을 훔쳐 입고 완벽한 척 위장할 때에만 속아 넘어가며 축복하시는 무능한 아버지가 아니십니다. 하나님은 남을 속이고 도망치는 야곱의 그 비루한 밑바닥까지 다 아시면서도, 그를 벧엘의 캄캄한 광야에서 친히 만나주셨고 얍복강에서 기어코 끌어안아 이스라엘로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내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나를 포장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벌거벗고 흠결 많은 우리의 맨얼굴조차 십자가의 보혈로 덮어 기어코 사랑해 내시는 하나님의 그 압도적이고도 맹렬한 은혜에 온전히 기대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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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주간, 타인을 속여서라도 내 이익을 챙기려던 세속의 낡은 가죽을 미련 없이 던져버리십시오. 그저 천천히 말씀의 책장을 넘기며(묵상), 내 연약한 맨얼굴을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시는 하나님의 넉넉한 긍휼 안에 머물러 참된 평화와 자유를 누리시는 복된 여러분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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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혼은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덧칠되고 오염된 '오래된 명화(Masterpiece)'와 같습니다. 사람들은 원본 그림이 낡고 초라해 보인다는 이유로, 혹은 세상의 유행에 맞추어 그럴듯하게 보이려 원본 위에 짙은 물감(우리의 거짓된 가죽과 욕망의 포장)을 수없이 덧칠해 왔습니다. 야곱이 뒤집어쓴 염소 가죽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위대한 복원 전문가이신 하나님이 우리 삶에 다가오실 때, 그분은 덧칠해진 그 화려한 가짜 물감들을 은총이라는 특수한 용액(말씀)으로 조심스레, 그러나 단호하게 닦아 내십니다. 내 힘으로 나를 꾸며내려던 헛된 붓질을 멈추고, 우리를 있는 그대로 빚으신 주님의 손길 앞에 고요히 머무를 때(묵상), 마침내 겹겹의 위선 아래 가려져 있던 우리 영혼 본연의 가장 맑고 눈부신 생명의 빛깔이 세상 속으로 찬란하게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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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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