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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2:44-50 심판의 잣대를 거두고, 생명의 빛으로 스며드는 거룩한 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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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란 얄팍한 교리와 잣대로 타인을 심판하려는 세상의 폭력에서 벗어나, 캄캄한 우리 삶의 한복판에 ‘생명의 빛’으로 찾아오신 주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묵상)하며 그분의 은총 안에 우리 존재를 온전히 내어맡기는 일입니다.

*

매섭던 겨울바람이 마침내 물러가고,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 아래로 생명의 훈풍이 스며들어 기어코 연둣빛 새싹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미는 3월의 경이로운 봄날입니다. 저마다의 무거운 삶의 짐을 짊어지고 오늘이라는 시간의 강을 건너오신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그리고 삶의 모호함과 짙은 회의 속에서도 여전히 참된 빛을 갈망하며 길을 묻고 계신 모든 분께 생명이신 주님의 평화를 전합니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이 세상은 언제나 날 선 잣대를 들고 누군가를 평가하려 듭니다. 타인의 허물을 들추어냄으로써 나의 의로움을 증명하려는 차가운 심판의 언어가 공기처럼 떠다닙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요한복음 12장 후반부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고난을 앞두고 무리들을 향해 토해내신 공생애의 마지막 외침입니다. 그 절박한 호소 속에서 우리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그 애달픈 진심과 마주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큰 소리로 외치십니다. "나는 빛으로 세상에 왔나니 무릇 나를 믿는 자로 어둠에 거하지 않게 하려 함이로라 사람이 내 말을 듣고 지키지 아니할지라도 내가 그를 심판하지 아니하노라 나는 세상을 심판하려 함이 아니요 세상을 구원하려 함이로라"(요 12:46-47).


이 얼마나 눈물겨운 선언입니까? 우리가 성경을 읽거나 하나님을 대할 때 수직적인 신학의 앙상한 틀이나 교리적 모범답안에만 갇혀서는 안 되며, 구체적인 사람과의 수평적 만남 속에서 하나님의 참뜻을 발견해야 합니다. 당시의 종교 지도자들은 율법이라는 정해진 모범답안을 쥐고 사람들을 정죄하고 심판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차가운 교리의 틀을 깨고, 상처 입고 어둠 속에 웅크린 이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친히 '빛'이 되어 우리 삶의 남루한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오셨습니다.


말은 귀소 본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쏟아지는 심판과 정죄의 언어는 결국 폭력과 파괴라는 어둠의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예수님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씀은 생명을 창조하셨던 하나님의 가슴, 곧 ‘사랑’으로 돌아가는 펄펄 끓는 생명의 언어였습니다. 예수님은 “나의 명령이 영생인 줄 아노라”(요 12:50)고 말씀하십니다. 요한복음 1장의 “한처음에 말씀이 계셨다”는 구절은 우리 존재의 근원은 비루한 절망이나 폭력이 아니라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이상(理想)’이신 하나님께 맞닿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망가진 우리의 삶을 태초의 그 아름다운 생명의 기원으로 다시 돌려놓으시겠다는 창조주의 비장한 약속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이 뜨겁고 눈부신 생명의 말씀을 우리의 현실로 모셔 들이기 위해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 바로 깊은 ‘묵상’입니다.


“묵상은 생명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생명(조에)은 단순히 숨을 쉬고 있는 생물학적 상태가 아니라, 구원의 다른 이름으로서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 온전히 거하는 방식 그 자체입니다. “묵상은  공감(Empathy)입니다”. 묵상은 텍스트를 이성적으로 쪼개고 분석하는 건조한 작업이 아닙니다. 나를 어둠에서 건져내기 위해 당신의 온 존재를 빛으로 태우시는 예수님의 그 애타는 심정에 나의 굳은 마음을 포개어 깊이 공감하는 치열한 영적 사귐입니다.


혹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왜 이토록 헌신하지 못할까?”, “나의 믿음은 왜 이리도 초라할까?” 하며 깊은 회의와 자책감에 빠져 계신 분이 있습니까? 세상의 기준이나 교회 안의 어떤 잣대에 비추어 스스로를 평가하며, 무언가를 더 증명해 내야 한다는 율법적인 강박에 짓눌려 계시지는 않습니까?


예수님은 “내가 너를 심판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완벽한 도덕군자가 되거나, 흔들림 없는 강철 같은 믿음을 가지기를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두려워하는 우리 곁에 다가오셔서, 당신의 생명을 내어주시며 “내 빛 안에 머물라”고 다정하게 초대하실 뿐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우리의 훌륭한 행위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끝내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주님의 그 맹렬한 은혜와 사랑 덕분입니다.


이제 남을 향해,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해 겨누었던 무거운 심판의 잣대를 십자가 앞에 살며시 내려놓으십시오. 완벽해야 한다는 종교적 허영도 벗어버리십시오. 이번 한 주간, 우리를 짓누르는 세상의 소음에는 귀를 닫고, 우리를 참된 생명으로 이끄시는 주님의 말씀(빛) 안에 영혼의 자리를 펴고 앉아 그 따스한 은총을 한껏 누리시는 복된 광양사랑의교회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우리의 영혼은 오래된 정원에 놓인 ‘해시계(Sundial)’와 같습니다. 해시계는 스스로 톱니바퀴를 굴리거나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캄캄한 밤이나 먹구름이 낀 날에는 그저 멈춰 있는 돌덩이처럼 무기력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침이 밝아오고 하늘의 태양(빛)이 그 위에 가만히 내려앉을 때, 해시계는 비로소 선명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자신이 존재해야 할 숭고한 이유와 나아갈 방향을 세상에 묵묵히 보여줍니다. 우리 역시 내 힘으로 무언가를 증명하려 발버둥 치는 수고를 멈추고, 묵상을 통해 생명이신 주님의 빛에 우리 자신을 온전히 노출할 때, 비로소 길 잃은 세상 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평안한 진리의 길을 걸어가게 될 것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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