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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138:1-8 흔들리는 틈 사이로 스며드는 은총

우리의 어떠함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연약함 때문에 우리를 결코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질긴 사랑을 신뢰하는 것, 그것이 구원입니다.

*

사는 게 참 만만치 않습니다. 중력의 무게를 거스르며 직립하여 걷는다는 것 자체가 때로는 형벌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가슴에 품었던 희망은 현실의 벽 앞에서 으깨지고, 견고하다고 믿었던 신앙조차 예기치 못한 시련의 바람 앞에서 속절없이 흔들리곤 합니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은 ‘확신’이라는 단단한 대지 위가 아니라, ‘의심’과 ‘불안’이라는 출렁이는 파도 위를 걷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읽은 시편 138편의 시인은 그 흔들림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그는 지금 “신들 앞에서”(1절) 주님을 찬양한다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신들’이란 우리를 위압하는 세상의 거대한 힘, 돈과 권력, 혹은 우리를 주눅 들게 하는 삶의 무게들일 것입니다. 그 압도적인 힘 앞에서 시인은 오히려 노래합니다. 그의 현실이 평안해서가 아닙니다. 7절의 고백처럼 그는 여전히 “환난 중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무릎 꿇지 않고 노래할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시선의 변화’ 때문입니다. 우리는 늘 높은 곳, 화려한 곳, 성공한 자리를 올려다보며 박탈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시인은 놀라운 진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여호와께서는 높이 계셔도 낮은 자를 굽어살피시며 멀리서도 교만한 자를 아심이니이다”(6절).

하나님의 시선은 중력과 같습니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하나님의 은총은 가장 낮고 비천한 곳으로 흐릅니다. 세상은 강한 자, 유능한 자, 완벽한 자를 주목하지만, 하나님은 깨어진 자, 실패한 자,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일어설 수 없어 울먹이는 자를 ‘굽어살피십니다’. 여기서 ‘굽어살핀다’는 말은 단순히 본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의 아픔을 당신의 아픔으로 느끼며 깊이 공명하신다는 뜻입니다.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그리고 신앙의 길 위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벗들이여,

우리는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가 지쳐버린 것은 아닐까요? 하나님은 우리에게 ‘완벽한 도덕’이나 ‘강철 같은 믿음’을 요구하며 채근하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삶의 무게에 눌려 신음할 때, “내 영혼에 힘을 주어 나를 강하게”(3절) 하시는 분입니다. 시련을 당장 없애주지는 않으실지라도, 그 시련을 견뎌낼 수 있도록 우리의 영혼의 용량을 키워주시는 것, 그것이 응답입니다.

신앙은 내가 하나님을 붙잡는 힘겨운 사투가 아닙니다. “여호와께서 나를 위하여 보상해 주시리이다”(8절)라는 고백처럼, 하나님이 내 인생을 붙들고 계심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이 구절을 원문(ESV)에 가깝게 번역하면 “주님께서 나에 관한 목적을 이루실 것입니다(The Lord will fulfill his purpose for me)”가 됩니다. 내 인생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아도 낙심하지 마십시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주님께서, 당신의 손으로 빚으신 우리를 결코 도중에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레너드 코헨은 “모든 것에는 틈이 있다. 빛은 그곳으로 들어온다”고 노래했습니다. 우리의 연약함, 우리의 흔들림, 우리의 깨어짐은 부끄러움이 아닙니다. 그 틈이야말로 하나님의 은혜가 스며드는 통로입니다.

그러니 오늘, 너무 애쓰지 마십시오. 다만 주님의 인자하심이 영원함을 믿고, 그분의 손길에 나를 맡기십시오. 주님은 당신의 손으로 지으신 것을 버리지 않으십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이 아름답듯, 흔들리며 걷는 여러분의 걸음도 주님 안에서 이미 거룩한 순례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


느헤미야 138:1-8 지존하신 이의 굽어보심 : 연약함 속에서 피어나는 완전한 사랑

지존하신 하나님(시 138:6)의 위대한 긍휼(헤세드)은 세상의 화려한 영광을 거부하고, 낮은 자리에서 부르짖는 연약한 영혼(시 138:3, 6)을 찾아와 완전한 사랑으로 그 삶을 끝까지 완성하시는(시 138:8) 은총의 사건이다.

*

인간은 본디 자기중심적입니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여기기 쉽고, 타인의 시선과 인정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 합니다. 특히 우리가 속한 경쟁의 사회에서는 자기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하고 과시하려는 욕망이 강합니다. 우리는 높은 자리, 빛나는 곳에 시선을 고정하며, 그곳에서만 ‘하나님의 영광’을 찾으려 하는 우를 범합니다.

그러나 시편 138편은 이러한 인간의 허영심 가득한 시선을 뒤집어 놓습니다. 시인은 "주께서는 높이 계셔도 낮은 자를 굽어보시며 교만한 자는 멀리서도 아십니다"(시 138:6)라고 노래합니다. 하나님은 광대무변한 우주의 창조주이시기에 우리가 감히 그 오묘하신 섭리를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그분은 자신의 장엄함을 뽐내는 대신 오히려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 즉 겸허한 이들에게 마음을 두십니다. 하나님은 자기 확신(자아)에 사로잡혀 남을 찌르는 이들 대신, 자신의 연약함과 한계를 정직하게 인정하는 이들에게 임하시는 것입니다.

신앙에 회의를 느끼는 이들이여, 때로 우리는 우리의 부족함과 반복되는 실수, 그리고 나약한 의지 앞에서 쉽게 좌절합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자책은 우리를 영적인 고아처럼 홀로 방황하게 만듭니다. 마치 세상의 짐을 다 짊어진 아틀라스처럼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을 때, 우리는 하나님이 너무 멀리 계시거나 무심하시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편의 울림은,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를 채찍질하기 전에, 이미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시고 응답하신 하나님의 헤세드(인애와 긍휼)를 증언합니다. 시인은 "내가 부르짖던 날에 주께서 응답하시고, 내 영혼에 힘을 주셨습니다"(시 138:3)라고 고백합니다. 우리의 구원은 스스로의 능력이나 행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폭풍우 속에서도 우리를 붙들어주시겠다는 하나님의 변치 않는 약속은총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환난의 길을 걷는다 할지라도, 주님은 우리의 생명을 지키시고 우리의 모든 것을 완전하게 하실 것입니다(시 138:7-8).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를 향한 그분의 넘치는 사랑에 힘입어, 우리를 구원의 이야기로 초대하신 주님의 꿈에 동참해야 합니다. 우리가 연약하고 미숙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오직 하나님께 마음을 조율하며 살아갈 때, 우리의 삶은 덧없는 욕망의 길을 거부하고, 연약한 이웃의 시린 마음에 공감하며 그들을 환대하는 사랑의 길을 걷는 순례가 될 것입니다. 이 사랑의 길 위에서, 하나님은 당신의 손으로 지으신 우리를 결코 버리지 않으시고(시 138:8), 우리의 삶을 아름다운 완성으로 이끄실 것입니다.

마치 무덤가에 엎드려 울던 마리아가 부활의 주님을 만난 후 눈이 밝아져 더는 어둠 속에 머물지 않게 된 것처럼, 우리의 존재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호명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얻고, 그분의 넘치는 은혜 안에서 새 힘을 얻습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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