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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하 32:1-23 포위된 성, 열린 하늘

우리의 견고함은 스스로 쌓아 올린 성벽이 아니라,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향한 부르짖음에 있습니다.

*

삶은 때로 견고한 성벽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숨통을 조여 오는 앗수르 군대와 같습니다. 피할 곳 없는 절망감, 사방에서 들려오는 위협의 목소리들. 역대하 32장은 놀랍게도 히스기야 왕이 "이 모든 충성된 일을 한 후에"(1절)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고 기록합니다. 성실함이 언제나 평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 냉혹한 역설이야말로, 우리가 딛고 선 삶의 실상입니다. 위기 앞에서 히스기야는 인간적인 최선을 다합니다. 물의 근원을 막고, 성벽을 보수하며, 무기를 만듭니다(2-5절). 그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위협은 그가 쌓은 성벽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교활하게 다가옵니다. 앗수르의 왕 산헤립은 '랍사게'라는 대변인을 통해 유다 백성의 마음을 흔듭니다.

랍사게의 목소리는 크고 위협적이었습니다. 그는 유다 방언으로,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게 외칩니다. "너희는 히스기야에게 속지 말라. 그가 너희를 내 손에서 건져내지 못하리라... 여러 나라의 신들 중에 어느 신이 그의 땅을 내 손에서 건졌기에 너희의 하나님이 너희를 내 손에서 건지겠느냐?"(15절) 이것은 단순한 군사적 위협이 아닙니다. 이것은 영혼을 향한 심리전이며, 신앙의 근간을 뒤흔드는 '현실의 논리'입니다. 이성의 이름으로, 힘의 논리로, 혹은 다수의 목소리로 다가오는 세상의 소리는 언제나 그럴듯합니다. 그것은 희망을 값싼 위안으로, 믿음을 어리석은 도피로 조롱합니다. 이 거대한 소음 속에서 우리의 믿음은 한없이 초라해 보입니다.

히스기야는 이 위협 앞에서 무엇을 합니까? 그는 자신이 수리한 성벽을 의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백성들에게 '육신의 팔'이 아닌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고 선포합니다(8절).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순간, 그와 이사야 선지자는 '하늘을 향하여 부르짖어 기도'합니다(20절). 이 부르짖음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현실 인식이자 가장 위대한 저항입니다. 그것은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정직함이며, 나의 유한함 너머에 계신 무한하신 생명의 근원을 향해 마음을 여는 행위입니다. 세상의 소리가 아무리 커도, 그 소리에 함몰되기를 거부하고 하늘의 소리에 내 존재를 거는 결단입니다.

하나님은 그 부르짖음에 응답하십니다. "여호와께서 한 천사를 보내어"(21절). 승리는 히스기야의 전략이나 견고한 성벽이 가져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전적인 은혜였습니다. 인간의 모든 노력이 무력해진 바로 그 지점에서, 연약한 자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개입하셨습니다.

우리는 자주 우리 자신의 성벽을 쌓는 데 몰두합니다. 더 견고한 지식, 더 많은 소유, 더 안전한 관계. 그것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삶의 진정한 위기는 그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때가 아니라, 그것들을 의지하느라 하늘을 향해 부르짖는 법을 잊었을 때 찾아옵니다.

오늘, 당신을 포위한 랍사게의 목소리는 무엇입니까? 그 거대한 현실의 소리에 압도되어 홀로 절망하고 있습니까? 우리의 연약함이야말로 하나님의 강하심이 머무는 자리입니다. 포위된 성 안, 우리의 가장 연약한 그 부르짖음에서부터 하나님의 구원은 시작됩니다. 우리의 방패는 우리가 쌓은 벽돌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싸우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입니다.

우리가 신앙에 회의를 느끼거나 절망의 심연에 처할 때, 하나님은 우리가 큰 나무가 되지 못했다고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의 아픔 속에 함께하시고,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며, 당신의 크신 권능으로 개입하십니다. 우리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벼랑 끝이야말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가장 분명하게 목격할 수 있는 거룩한 자리인 것입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역대하 32:1-23 벼랑 끝에서 만난 담대함

인간의 한계는 하나님의 압도적인 은혜와 긍휼을 마주하는 거룩한 자리입니다.


# 만군의 여호와, 광야 길에 핀 희망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의 삶 가운데 머물기를 기원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때로 견고해 보이는 거대한 힘 앞에 속수무책으로 내던져지는 절망의 시대를 닮아 있습니다. 눈앞의 안녕과 이익을 위해 헛된 것들에 기대려 하는 우리의 모습은, 이미 수천 년 전 역사 속에서 반복되었던 인간의 뿌리 깊은 죄성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역대하 32장 1-23절의 이야기는, 참혹했던 역사적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이 어떻게 구원을 경험했는지를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경건한 왕 히스기야가 종교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끈 직후, 앗수르 왕 산헤립은 유다를 침공하며 예루살렘을 포위했습니다. 이 역설적인 상황은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향해 올곧게 살고자 몸부림칠 때, 세상의 시험과 고난은 더 거세게 몰아치는 것처럼 보입니다.

# 오만한 권력의 허위와 인간의 연약함

앗수르 왕 산헤립은 당대 최강의 무력과 압도적인 힘을 상징했습니다. 그는 유다 백성들에게 ‘너희가 믿는 하나님은 우리가 멸망시킨 나라들의 신들보다 강하지 못하다’며 조롱했고, 백성들의 귀에 대고 속삭여 그들의 믿음을 흔들었습니다 (대하 32:15). 이는 오늘날 돈, 성공, 권력이라는 현대판 우상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조롱과 같습니다. 우리의 삶을 '힘'과 '효율'로만 재단하는 세상의 목소리는, 우리가 의지하는 하나님마저도 무능한 존재로 치부하게 만듭니다.

히스기야는 앗수르의 무자비한 힘 앞에서 먼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비를 다했습니다(2-6절). 성을 보수하고, 무기를 만들고, 물을 차단하는 등 치열하게 현실에 발을 딛고 대응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힘은 외적인 방벽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백성들에게 "우리와 함께 하시는 이는 그와 함께 하는 자보다 더 크다" (7절)고 선언하며, 모든 피조 세계를 압도하는 하나님의 주권에 겸손하게 의지했습니다.

이 대비는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신앙은 자기 과신이나 교만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기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사람, 곧 마음이 가난한 사람만이 진정 복이 있습니다. 산헤립이 자기 힘을 신처럼 섬기는 동안, 히스기야는 자신의 무능함을 깨닫고 예언자 이사야와 함께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했습니다 (20절).

# 하나님의 압도적인 긍휼과 구원의 사건

이 사건의 가장 감동적인 대목은, 유다의 구원이 히스기야의 뛰어난 전략이나 백성들의 굳건한 믿음의 결과가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성경은 담담하게 기록합니다. "주님께서 천사 하나를 보내사..." (21절). 단 하나의 천사가 앗수르 군대를 모두 멸했습니다. 유다의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압도적인 은혜와 긍휼이라는 '사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우리가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이미 우리에게 베풀어진 하나님의 사랑의 실체를 보게 합니다.

우리가 신앙에 회의를 느끼거나 절망의 심연에 처할 때, 하나님은 우리가 큰 나무가 되지 못했다고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우리의 아픔 속에 함께하시고, 고통받는 이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며, 당신의 크신 권능으로 개입하십니다. 우리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벼랑 끝이야말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가장 분명하게 목격할 수 있는 거룩한 자리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삶이 고단해도 낙심하거나 좌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처럼 변덕스럽지 않으시며, 우리를 향한 당신의 사랑과 신실함은 새벽의 여명처럼 어김없이 다가옵니다. 우리가 할 일은, 힘과 폭력을 앞세우는 세상의 유혹(탐욕)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며, 오직 주님을 피난처로 삼는 것입니다 (22절). 이 구원의 은혜가,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의 삶을 통해 이웃을 향한 따뜻한 사랑과 섬김의 메시지로 피어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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