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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하 23:01-15 틈을 만드는 사람들

"절망의 시대, 한 사람의 거룩한 용기에서 시작된 연대는 세상을 구원하는 하나님의 통로가 됩니다."

묵직한 침묵이 세상을 짓누를 때가 있습니다. 불의가 상식이 되고, 진실을 말하는 이들이 오히려 어리석게 여겨지는 시절입니다. 모두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체념에 익숙해질 때, 우리의 영혼은 서서히 잠식당합니다. 다윗의 왕가가 진멸당하고, 찬탈자 아달랴가 철권통치를 하던 6년의 시간은 바로 그런 절망의 시간이었습니다. 희망의 불씨는 꺼진 듯했고, 어둠은 영원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신앙은 그저 개인의 내밀한 위안에 머무는 무력한 언어가 되어버린 시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역대하 23장은 그 질식할 듯한 어둠 속에서 ‘틈’을 만들어내는 한 사람, 대제사장 여호야다를 우리 앞에 세웁니다. 그는 칠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다윗 왕조의 마지막 희망인 어린 요아스를 성전에 숨겨 보호했습니다. 그의 침묵은 체념이나 동조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지혜로운 인내였고, 역사의 주관자를 신뢰하는 믿음의 시간이었습니다. 마침내 때가 이르렀을 때, 그는 “용기를 내어”(1절) 일어섭니다. 이 용기는 순간의 혈기가 아닌, 역사의 물줄기를 돌리려는 거룩한 결단이었습니다.

그의 용기는 홀로 타오르는 불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백부장들을 불러 언약을 맺고, 유다의 레위 사람들과 족장들을 예루살렘으로 모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세력 규합이 아니라, 무너진 언약을 바로 세우려는 ‘거룩한 공모’였습니다. 그들은 성전이라는 거룩한 공간에서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며 하나의 마음이 되었습니다. 안식일의 교대 시간을 활용한 치밀한 계획, 각자의 자리에서 칼을 들고 어린 왕을 호위하는 헌신은 한 사람의 용기가 어떻게 공동체의 사명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시인 정현종은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고 노래했습니다. 여호야다의 부름에 응답하여 모여든 이들은 각자의 일생을 걸고 역사의 흐름에 맞서기로 결단한 것입니다.

마침내 어린 요아스가 율법책을 받고 왕으로 기름 부음 받는 순간, 백성들의 환호는 절망의 시대를 끝내는 우렁찬 외침이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달려온 아달랴는 성전의 거룩한 질서 앞에서 “반역이로다 반역이로다”라고 소리칩니다. 그러나 진정한 반역자는 누구였습니까? 하나님의 언약을 짓밟고 폭력으로 왕좌를 차지했던 그녀 자신이었습니다. 성전의 거룩함을 피로 더럽힐 수 없다는 여호야다의 명령에 따라 그녀가 왕궁의 말문 어귀, 곧 세속적 권력의 상징이었던 곳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보여줍니다.

이 고대의 이야기는 오늘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시대의 어둠 앞에서 침묵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거룩한 틈을 만드는 사람으로 서 있습니까? 우리의 신앙이 교회라는 울타리 안에 갇힌 소극적인 고백이 아니라, 삶의 자리에서 불의에 저항하고 연약한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날 때, 우리는 이 시대의 여호야다가 될 수 있습니다. 거창한 혁명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서 정직을 선택하고, 모두가 욕망을 좇을 때 나눔과 섬김의 길을 걷는 것, 그 작은 용기들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거룩한 공모’가 시작됩니다. 광양사랑의교회 성도님들 한 분 한 분이 바로 그 희망의 증거가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평화의길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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