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9:20-10:3 기억과 기념 그리고 기록과 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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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드개는 유다인들이 원수들을 물리친 날을 기억하여, 해마다 아달월 14일과 15일을 부림절로 정하고, 이를 기쁨과 잔치의 날로 지키도록 명합니다. 유다인들은 이 날을 자손과 이웃에게 전하고, 가난한 자에게 선물을 주며 축제를 지킵니다. 이 절기는 하만이 유다인을 진멸하려고 제비(‘부르’)를 뽑아 정한 날에, 오히려 유다인들이 대적에게승리한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에스더와 모르드개는 왕의 명령에 따라 이 절기를 확정하고 문서로 공포합니다. 부림절은 이후로도 유다인들이 해마다 지키는 규례가 됩니다. 마지막 장(에스더 10:1–3)에서는 아하수에로 왕이 전국에 조공을 부과했고, 모르드개가 왕의 신임을 얻어 높은 지위에 오르며 백성을 위해 선을 베풀고 화평을 이루는 모습이 기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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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8절 믿음은 기억하고 기념하며 기대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구원의 역사를 기억하게 하시며, 기념하게 하셔서 세대를 넘어 신실하신 분이심을 알게 하십니다.
모르드개는 유다인의 승리를 기념하여 부림절을 제정하고, 모든 유대 공동체가 해마다 12월 14일과 15일을 기쁨과 경축의 날로 지키도록 편지를 보냅니다. 이는 대적들에게서 벗어나 안식을 얻은 날을 잊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구원 사건을 ‘기념절’로 삼는 것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신앙의 기억을 형성하는 행위입니다. 유대인들이 ‘부림절’을 지킨 이유는 단순한 생존의 기쁨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숨어 계시듯 역사 속에서 자기 백성을 보호하고 반전의 역사를 이루셨다는 신앙 고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기억은 단지 감정의 회상이 아닌 ‘영적 각성’의 초석이 됩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출애굽을 기억하라(출 12:14), 광야의 인도를 잊지 말라(신 8:2)고 반복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과거를 기억함으로 현재의 믿음을 지키고 미래의 소망을 바라보게 하기 위함입니다.
오늘 우리도 부림절처럼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보호하셨는지’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영적 절기를 삶 속에 세워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생의 고비마다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셨는지를 일기나 기도 노트에 기록해 보십시오. 그리고 가족이나 공동체와 함께 기쁨의 날을 기억하며 나누는 습관을 기르십시오. 신앙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기억을 통한 정체성의 형성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하지 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보다 더 깊이, ‘기억하지 않는 신앙은 미래의 신실함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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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32절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의 편지입니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을 통해 구원의 역사를 쓰시며, 오늘 우리 각자를 살아 있는 말씀의 증인으로 세우십니다.
에스더와 모르드개는 왕의 이름으로 다시 한 번 부림절을 공표하고, 이 절기를 확정하며 명문서로 남깁니다. 이들은 단지 지도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쓰임 받은 도구들이었습니다.
에스더는 처음에는 숨어 있던 존재였지만, 하나님의 때가 이르자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고 민족의 구원에 쓰임 받습니다. 이 기록은 하나님이 어떤 사람을 통해서도 그의 뜻을 이루신다는 증거입니다. 에스더는 그 시대의 "살아 있는 하나님의 편지"였습니다. 고린도후서 3:3에서 바울은 우리를 향해 “그리스도의 편지”라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역할이나 직분을 넘어서, 우리의 존재 자체가 하나님이 써 가시는 이야기의 일부임을 말합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기록하고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당신의 삶에 행하신 일을 후대에 남기기 위한 ‘작은 기록자’가 되십시오. 아이들에게, 후배들에게, 교회 안에서 말과 삶으로 “나는 이런 하나님을 경험했다”고 말하십시오. 매일을 살아가는 것이 곧 ‘복음의 편지’’가 되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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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3 기록은 기억과 전수를 위함입니다.
하나님은 역사의 주인이시며, 그의 구원은 공동체 속에 기억되고 전수되어야 할 생명의 이야기입니다.
에스더서의 마지막 장은 모르드개의 명성과 충성을 기록하며 끝맺습니다. 그는 백성에게 사랑을 받았고, 민족의 유익을 구하며 화평을 말한 자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공식 기록에 남았습니다.
모르드개는 ‘말’만 잘한 자가 아니라, 실제로 백성을 위한 실천적 리더였습니다. 하나님께 쓰임 받은 사람은 단지 위대한 행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기록되어’ 다음 세대에 전달되어야 합니다. 성경 전체는 이런 '기록의 영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신명기 6:6-9에서 하나님은 부모가 자녀에게 말씀을 가르치며 문설주와 이마에 기록하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행위는 기록됨으로써 공동체의 기억이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과 교회, 민족 가운데 하신 일을 무엇으로, 어떻게 기록하고 계십니까? 일상의 사건들 속에서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잊지 않기 위해서, 가정 예배 때 함께 간증을 나누고, 교회의 작은 연대기를 만들어 나가십시오. 모르드개는 권세가 아니라, 섬김과 전승의 리더였습니다. 오늘 우리의 지도력도 그러해야 합니다. 말로, 문서로, 행동으로 하나님의 이야기를 전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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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주님,
에스더서의 마지막 장면들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의 완성을 봅니다.
승리의 기쁨을 잊지 않고 기념하는 유다인들처럼,
우리도 주의 은혜를 깊이 기억하며
매일을 살아가게 하소서.
하나님,
우리의 삶이 단지 지나가는 인생이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로 기록되게 하시고,
우리가 쓰는 한 마디 말, 전하는 한 줄의 기록 속에
복음이 스며들게 하옵소서.
믿음의 사람들을 통해
당신의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전하게 하시고,
모르드개처럼 평화를 말하며
공동체를 유익하게 하는 지혜를 주소서.
우리의 인생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살아 있는 편지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