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23:01-25 죄 없으신 그리스도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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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지도자들은 무리를 선동하여 예수님을 빌라도와 헤롯에게 심문받아 사형을 유도합니다. 그러나 빌라도도 헤롯도 죽일 죄를 찾지 못했음에도, 백성들을 빙자하여 예수님을 넘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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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절 예수님은 무죄하시며, 진정한 유대인의 왕 그리스도이십니다.
유대 종교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정치적인 반역자로 몰아가며 빌라도에게 고발합니다. 그들은 “이 사람이 우리 백성을 미혹하고, 가이사에게 세금 바치는 것을 금하며 자칭 그리스도 곧 왕이라 하더이다”(3절)라고 주장합니다. 빌라도는 예수님께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고 물으며, 예수님의 정체성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규명하려 합니다. 예수님은 “네 말이 옳도다”라고 대답하심으로써 자신이 그리스도이심을 부인하지 않으십니다.
각기 다른 정치적·종교적 노선을 가진 자들이 예수님을 향한 적개심에는 하나로 연합합니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 진리에 대해 저항하고, 진리이신 예수님 앞에서 모함과 거짓을 일삼게 됨을 보여줍니다(엡 2:3). 예수님은 이 상황 속에서도 당신의 정체성과 사명을 숨기지 않으십니다. 인간의 죄악을 뚫고 자신을 드러내시는 예수님의 진리는 거짓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무리들이 고발한 죄명에 자칭 왕 그리스도라는 표현이 있고, 빌라도의 심문에 유대인의 왕이냐를 질문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빌라도의 질문에 옳다 말씀하시며 그리스도되심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이어 온 유대에 다르치고 갈릴리에서 예루살렘까지 많은 백성들을 소동하신 것을 말합니다.
오늘 우리는 무리의 눈치와 다수의 의견에 휩쓸려 진리를 침묵하거나 왜곡하지는 않습니까? 참된 분별력은 말씀 안에서 길러지고, 예수님처럼 고난 가운데서도 진리를 굳게 붙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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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2절 예수님은 침묵으로 주어진 사명에 순종하신 분이십니다.
헤롯은 예수님께서 기적을 베풀기를 기대하며 희롱과 조롱을 하며 빛난 옷도 입힙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십니다(9절). 오히려 침묵 가운데 주어진 사명을 따라 묵묵히 자리를 지키십니다.
예수님의 침묵은 두려움이나 무기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대한 철저한 순종이며 인류의 죄를 대신 지시는 결단입니다. 이는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을 성취하는 모습으로, "도수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 같이 잠잠하신"(사 53:7) 종의 모습입니다. 헤롯과 빌라도가 친구가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예수님을 향한 조롱과 외면이 그들을 하나로 만든 인간 본성의 풍경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때로는 말이 아닌 침묵으로 하나님 앞에서 신앙을 증명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일수록 더 큰 믿음이 필요하며, 나의 의로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를 신뢰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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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21절 예수님은 무죄하심에도 타협의 정치에 의해 정죄당하셨습니다.
빌라도는 세 번에 걸쳐 예수님의 무죄를 선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들과 종교지도자들은 “이 사람을 없이하고 바라바를 놓으라”(18절)며 폭동을 일으키려 합니다. 빌라도는 군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예수님을 채찍질하고 풀어주려 하지만, 점점 그들의 요구에 밀려 갑니다.
빌라도는 옳은 판단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람들의 눈치와 여론에 타협하며 죄 없는 예수님을 정죄하는 데 가담하게 됩니다. 이는 정치적 안정과 자기 보존을 위한 양심의 타협이며, 한 번의 양보가 또 다른 불의를 허용하게 되는 전형적인 예입니다.
나도 일상에서 작은 타협을 반복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무디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돌아봐야 합니다. 하나님의 의 앞에 단호히 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믿음의 증거입니다. 무엇보다 주님은 무죄하심에도 불구하고 타협하지 아니하신 신실하심으로 마침내 십자가를 통한 구원의 사역을 성취하셨음을 기억하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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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25절 예수님의 무죄하심은 빌라도의 세번의 증언 통해 분명하게 밝혀집니다.
빌라도는 세 번째로 예수님의 무죄를 선언하며 놓아주려 하나, 결국 백성들의 큰 소리와 외침에 밀려 바라바를 석방하고 예수님을 넘겨줍니다(24-25절).
빌라도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25절) 예수님을 내어줍니다. 이는 인간의 죄된 욕망이 결국 하나님의 아들을 십자가에 내모는 정점임을 보여줍니다. 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은 결국 하나님을 거스르는 결정으로 귀결되기 쉽습니다(갈 1:10). 주님의 무죄는 끝까지 선언되었지만, 인간의 악은 그 선포조차 억누르려 했습니다.
나의 결정은 누구를 향한 민감함에서 나오는가? 사람의 요구가 아닌, 하나님의 뜻에 더 민감한 영적 분별력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택하는 용기를 키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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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주님,
죄 없으신 예수님께서 사람들의 악함과 타협,
그리고 외면 속에서도 묵묵히 십자가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그 주님의 순종이 나를 위한 희생이었음을 기억하며,
나 또한 주님의 진리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세상 가운데 담대히 살아가게 하소서.
사람의 소리가 아닌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죄와 타협하지 않는 순전한 제자가 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