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본애민(民本愛民)

by 웃는사람 posted Sep 1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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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1 - 민본애민(民本愛民)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며, 백성에게 통치권의 부리가 있으므로 백성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이 모든 것의 으뜸이 되어야 한다. '민본애민'은 조선의 정치 경제 문화등의 체계와 기초를 잡은 삼봉 정도전의 사상체계와 개혁정책을 관통하고 있는 기본 정신이다.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기에 나라의 모든 문제는 백성의 입장에서 풀어가야 하고, 백성을 위하고(爲民), 백성을 사랑하고(愛民), 백성을 존중하고(重民), 백성을 보호하고(保民), 백성을 기르고(牧民), 백성을 편안하게(安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치, 경제, 윤리등의 분야에 실제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백성과 국가 그리고 임금과의 관계는 "군주는 국가에 의존하고 국가는 백성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백성은 국가의 근본인 동시에 군주의 하늘이다"라고도 했다. 하여 임금된 자는 하늘인 백성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다.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것과 같다.


삼봉이 가진 정치적 이상은 공자와 맹자가 꿈꾼 도덕정치 또는 의리정치를 조선에서 이루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인간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었다. 공자와 맹자가 활동했던 시기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로서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전쟁과 왕조교체가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이런 난세를 평정하여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백성들이 편히 살 수 있는 태평성대를 만드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시대적 과제였다. 이런 동일한 과제를 풀어가는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서는 공자와 맹자 둘 다 조금은 차이를 보인다. 공자는 물질적 바탕이나 제도보다는 그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근본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상적인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서 가져야 할 마음은 인(仁) 곧 사람을 사랑하는 것(愛人)이었다. 이를 위해서 부단히 도덕적 수양과 교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수기 치인하여 도덕을 실천하는 사람이 군자요 사대부로 이런 자들이 정치를 해야 잘 다스려질 것이라 생각했다. 서구의 철인정치와 일맥상통하는 정치 철학이다.


민본위민정신에 입각해서 백성에 대한 사랑을 통치윤리나 통치수단으로 삼는 정치를 인정(仁政) 또는 덕치(德治)라 한다. 하여 통치자는 백성을 살아하고 존종하는 것이 통치자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도덕규범인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정신을 위반하고 군주가 백성을 위해 일하지 않으면, 그래서 나쁜 정치를 한다면 어떻게 이것을 구제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혁명'이라고 생각했다. 백성이 왕을 위해 계속 희생을 감수하며 참고 또 참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왕을 바꾸는 것이다. 이런 철학이 바탕이 되었기에 정도전은 고려말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역성혁명을 주도하고 조선개국후에는 왕조를 교체한 국가경영전략을 구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맹자의 사상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맹자는 통치권은 천명(天命)에 의해 부여되고 전통성을 가지는데, 천명이 떠나면 통치권은 소멸되고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게 된다. 당시는 하늘과 사람이 하나요 모두 같은 원리에 의해 지배된다고 생각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사상을 갖고 있었기에 하늘의 뜻이나 백성의 뜻이 같은 것이라 생각했다. 오늘 민주주의 사상의 변형된 형태로 볼 수 있다. 민심을 얻느냐 못 얻느냐가 군주의 통치권을 정당화하느냐 못하느냐의 관건이 된 것이다. 그래서 삼봉은 민심을 얻으면 백성이 군주에게 복종하나, 얻지 못하면 백성은 군주를 버린다고 생각했다.


인정과 덕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려면 강제나 위압에 의존하는 통치수단을 배격해야 한다. 형벌과 법률 위주의 정치는 일시적인 효과는 가져올 수 있으나 인간 그 자체를 바르게 하지 못한다. 오직 덕과 예로써해야 교화되고 근본적 효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사랑으로 다스려야지, 폭력으로 겁을 주어 통치하면 민심은 이반하고 통치자를 버린다. 또 좋은 정치는 결국 백성의 생활 향상인데 가난한 자, 고아, 과부, 노인등의 의지할 곳 없는 자들의 생계가 보장되도록 한다. 백성의 생활 안정 없이 예의나 도덕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성은 먹는 것이 하늘이라는 것을 삼봉은 강조한다. 그래서 정도전은 백성을 진실로 사랑하는마음으로 정치가 이루어지는 나라를 꿈꿨다.


그가 꿈꾼 정치는 재상정치라고도 하는데 어떤 제도적인 정립도 중요하지만 정치가와 관료의 자질향상도 보민을 위해서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재상은 지도자 한 사람의 자질 문제로 정치가 휘둘릴  때 당당하게 가부를 토론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왕이 백성을 위한 정치를 잘 펴려면 궁중의 내시를 억제해야하고, 왕의 사유재산소유를 금해야 하며, 언로(言路)를 개방해야하고, 임금의 잘잘못을 가리는 대관과 사관을 설치하고, 왕을 재교육시키는 경연제도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나라가 자질이 부족한 한 사람의 군주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견제하는 장치를 다방면에 세우길 원했던 것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과 알고도 행하지 않는 것 둘 다 문제가 된다. 작금의 민주공화국이라 하는 이 나라의 정치와 사상체계는 조선의 이러한 이상적인 정치사상체계와 거리가 멀고 민주사회의 기본은 사라진지 오래이며 근본도, 기본도, 사상도 없고, 애민은 커녕 겁박과 법치를 운운하면서 권력만을 추구하다 국민의 안위는 이미 물건너간지 오래인 듯 하다. 왕을 향하여 잘잘못을 따지며 당당하게 가부를 토론할 수 있는 사람, 민본애민을 기본으로 정치와 경제와 윤리적인 면에 있어서 바른 인정과 덕치를 하는 정치인들이 정말로 세워지길 원한다.


웃는사람 라종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