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묵상을 마무리하며: 수평적 읽기가 남긴 거룩한 질문과 샬롬의 완성】
지난 5개월 동안 우리는 구약성경의 장엄한 서막인 창세기의 숲을 함께 걸어왔습니다. 특별히 송민원 박사의 『태초에 질문이 있었다』가 제시하는 ‘수평적 읽기(Horizontal Reading)’라는 낯설고도 경이로운 렌즈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익숙하게 알던 창세기가 전혀 다른 깊이와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수직적인 교리(명령과 복종, 죄와 벌)의 틀에만 갇혀 있던 우리의 시선을 넓혀, 인간과 인간, 인간과 피조 세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갈등과 화해의 삶의 자리로 우리를 초대했던 이 5개월의 묵상 여정을 마무리하며,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의 가슴에 새겨야 할 핵심 메시지를 세 가지로 정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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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흠 없는 영웅담이 아닌, 상처 입은 자들의 '험악한 세월'을 직시하다
창세기의 족장들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완벽하고 결점 없는 신앙의 초인들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팥죽 한 그릇에 형을 속이고, 지독한 편애로 가족을 지옥으로 몰아넣었으며, 시기와 질투심에 동생을 노예로 팔아넘긴 '역기능 가정'의 일원들이었습니다. 수평적 읽기는 이들의 수치스러운 실패와 뼈아픈 상처를 미화하지 않고 적나라하게 직시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창세기의 위대함은 인간의 끔찍한 수평적 폭력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 찢어진 상처 사이로 기어이 뚫고 들어오사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내시는 하나님의 '수직적 섭리'에 있습니다. 우리의 지난 5개월은 내 안의 이기심과 우리 가정의 뼈아픈 상처를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대면하고, 그 험악한 세월마저도 구속사의 재료로 삼으시는 전능자(엘 샤다이)의 은혜를 발견하는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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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죄'와 '거룩'에 대한 새로운 정의: 단절에서 환대로
수평적 읽기는 우리에게 '죄란 무엇인가?' 그리고 '거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창세기가 고발하는 진짜 죄는 단순히 종교적 규칙을 어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동생 아벨을 쳐 죽인 가인의 폭력, 힘과 혈기로 타인을 짓밟은 시므온과 레위의 잔혹함, 내 영달을 위해 이웃을 희생양 삼는 이기심이 바로 세상을 홍수 심판으로 몰고 간 죄의 본질이었습니다. 반대로 '거룩'이란 무엇입니까? 세상을 등지고 산속으로 들어가 나 혼자 정결을 유지하는 수직적 경건이 아닙니다. 진정한 거룩은 하나님께 속했기에 이웃을 향해 기꺼이 나아가고, 약자를 배려하며, 원수에게까지 밥상을 내어주는 '환대의 영성'입니다. 하나님은 창세기를 통해 우리에게 종교적 우월감에 빠진 고립된 바벨탑을 쌓지 말고, 세상을 향해 뻗어가는 '담을 넘는 무성한 가지(요셉)'가 되라고 도전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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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복수의 칼을 꺾고 '생명을 살리는' 샬롬의 십자가로
창세기의 대단원은 권력을 쥔 요셉이 자신을 판 형들을 징벌하는 통쾌한 복수극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하나님을 대신하리이까"라며 복수의 칼을 영원히 꺾어버리고, 가해자들의 목을 끌어안고 통곡하는 눈물의 화해로 끝을 맺습니다. 이것이 창세기가 50장을 달려와 마침내 도달한 하나님 나라의 결론, 곧 '샬롬(Shalom)'입니다. 인간의 악의마저도 생명을 구원하는 선(善)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믿을 때, 우리는 타인을 향한 혐오와 질투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습니다. 유다가 동생 베냐민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놓았듯(대속), 요셉이 가해자인 형들과 그 후손들을 끝까지 봉양했듯, 이 희생과 용서의 수평적 헌신이야말로 장차 골고다 언덕에서 완성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을 가장 완벽하게 보여주는 예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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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사랑의교회 성도들을 위한 권면의 메시지
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성경은 모든 것에 뻔한 정답을 주는 자판기가 아니라, 우리 영혼을 뒤흔드는 '거룩한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지난 5개월 동안 하나님은 창세기의 숲을 걷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물으셨습니다.
"아담아, 네가 어디 있느냐?" (정체성의 질문)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관계와 책임의 질문)
우리의 신앙은 예배당 안에서 위로만 향하는 '수직적 외침'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새 계명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수평적 사랑의 완성이었습니다.
이제 창세기를 덮고 각자의 치열한 삶의 자리(애굽)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신앙이 높은 바벨탑을 쌓아 나만의 안전을 구축하는 종교적 이기심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경제적 흉년과 관계의 기근으로 타들어 가는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여러분이 머무는 가정과 직장, 그리고 광양사랑의교회 공동체가 굶주린 이웃을 먹이고 상처 입은 자들을 십자가의 사랑으로 꿰매어 안는 '거룩한 고센 땅'이 되기를 바랍니다.
수직적인 은혜를 깊이 경험한 자답게, 이제는 내 곁의 형제와 이웃을 향해 수평적인 사랑의 가지를 넓게 뻗어내는 '담을 넘는 그리스도인'으로 우뚝 서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복합니다. 그 거룩한 여정 속에 전능하신 하나님(엘 샤다이)의 동행하심과 위로가 영원토록 함께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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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벗_라종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