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4:01-24 : 제국의 전쟁터에서 형제됨을 지키는 힘 :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소유한 자의 자유
*
고대 근동의 패권을 쥔 북방의 4개국 연합군(그돌라오멜 중심)이 배반한 남방 소돔과 고모라 등 5개국을 징벌하기 위해 원정을 옵니다. 싯딤 골짜기 전투에서 소돔 왕이 패하고, 소돔에 거주하던 롯과 그의 재물도 약탈당합니다(1-12절). 이를 들은 아브람은 집에서 길리고 훈련된 자 318명을 거느리고 추격하여 조카 롯과 재물을 찾아옵니다(13-16절). 돌아오는 길에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와 아브람을 축복하고, 아브람은 그에게 십일조를 드립니다(17-20절). 소돔 왕이 전리품을 제안하지만, 아브람은 오직 하나님만이 자신의 부요함의 근원임을 선포하며 단호히 거절합니다(21-24절).
*
# 역사·문화적 배경 : 본문은 성경에 기록된 ‘최초의 전쟁’입니다. 당시 시날(바벨론), 엘람 등은 강력한 제국 세력이었고, 가나안의 도시 국가들은 조공을 바치는 속국 관계였습니다. 이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의 ‘수평적 질서’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 신학적 배경 : 아브람은 ‘히브리 사람’(강을 건너온 자)으로 불립니다. 그는 세상의 전쟁 속에 휘말리지 않고 구별된 존재였으나, ‘형제 사랑’을 위해 전쟁에 개입합니다. 멜기세덱의 등장은 레위 지파 제사장직 이전에 존재하는 영원한 제사장직을 예표하며(히 7장), 그리스도의 모형으로 제시됩니다.
# 송민원의 ‘수평적 읽기’ : 13장에서 아브람이 롯에게 땅을 양보한 것이 ‘평화를 위한 수평적 거리두기’였다면, 14장은 위기에 처한 형제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개입하는 ‘책임을 다하는 수평적 연대’를 보여줍니다.
*
# 1-12절 세상의 힘의 논리와 롯의 비극 : 힘이 지배하는 세상 질서의 허망함과 그 속에 휩쓸린 성도의 위기.
하나님은 세상의 화려한 도시(소돔)와 강력한 제국(그돌라오멜)의 힘이 얼마나 부질없으며, 그 속에 안주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폭로하시는 분입니다.
.
시날 왕 아므라벨 등 4개국 왕이 소돔 왕 등 5개국 왕과 전쟁을 벌입니다. 소돔과 고모라가 패배하여 모든 재물과 양식을 빼앗기고, 소돔에 거주하던 아브람의 조카 롯도 사로잡히고 재물까지 노략을 당합니다.
.
이 전쟁은 ‘조공’과 ‘배반’이라는 전형적인 세상 제국의 힘의 논리(수평적 역학 관계)를 보여줍니다. 송민원 박사의 관점에서 볼 때, 13장에서 눈에 보이는 풍요를 좇아 소돔을 선택했던 롯의 ‘시선’은 결국 그를 전쟁의 한복판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롯은 ‘여호와의 동산’ 같아 보이던 소돔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전쟁터’임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세상의 힘(그돌라오멜)은 더 약한 힘(소돔)을 착취하며, 그 구조 속에 안주하려던 신앙인(롯)은 결국 세상의 포로가 되고 맙니다.
.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경제 전쟁과 스펙 경쟁이라는 거대한 ‘싯딤 골짜기’와 같습니다. 우리는 롯처럼 더 안정적이고 화려해 보이는 직장, 부동산, 인맥(소돔)을 찾아 헤매지만, 그것들이 우리를 지켜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경제 위기나 구조조정 같은 ‘그돌라오멜’이 닥치면 가장 먼저 약탈당하는 것이 우리가 쌓아올린 세상의 탑들입니다. 롯처럼 세상 풍조에 깊이 발을 담그고 있다가 영적 자유마저 빼앗기고 있지는 않습니까? 세상의 안전지대는 환상임을 깨닫고, 우리의 거주지를 세상의 중심이 아닌 하나님의 언약 안에 두어야 합니다.
*
# 13-16절 형제를 위한 아브람의 참전 : 이익이 아닌 관계와 책임을 위해 움직이는 믿음의 야성.
하나님은 우리가 세상의 이익 다툼에는 초연하되, 고통받는 형제를 위해서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있는 사랑’을 실천하기를 원하십니다.
.
도망한 자가 ‘히브리 사람’ 아브람에게 알립니다. 아브람은 롯이 사로잡혔음을 듣고 집에서 길리고 훈련된 자 318명을 거느리고 단까지 쫓아가 밤에 기습하여 그들을 처부수고, 롯과 모든 재물과 부녀와 친척을 다 찾아옵니다.
.
아브람은 ‘히브리 사람’(경계를 넘어온 자, 비주류)으로 불립니다. 그는 세상 전쟁에 무관심할 수 있었고, 자신을 떠난 롯을 원망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평적 읽기’로 볼 때, 아브람은 ‘조카’(12절)를 ‘형제’(14절, 히브리어 ‘아흐’)로 인식하며 즉각 움직입니다. 이것은 이해타산이 아닌 ‘헤세드(언약적 사랑)’에 기초한 행동입니다. 그는 평소에 ‘집에서 훈련된 자’들을 데리고 있었습니다. 이는 믿음이 단순히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삶의 위기를 돌파할 실력을 갖추는 것임을 보여줍니다.의 지적처럼 하나님의 백성은 승리를 확신하며 형제를 구원합니다.
.
‘각자도생’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아브람의 행동은 충격적입니다. 우리는 억울한 일을 당하면 “꼴 좋다”고 하거나, 남의 일에 휘말리기 싫어 외면합니다. 그러나 성도는 형제(동료, 가족, 성도)가 세상의 포로가 되었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그를 건져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직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동료를 위해 목소리를 내거나, 빚더미에 앉은 지체를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현대판 ‘추격’입니다. 또한, 우리 가정과 교회는 평소에 영적, 실력적으로 ‘훈련된 318명’을 기르고 있습니까? 위기의 때에 사랑을 실천할 실력을 갖추십시오.
*
# 17-20절 멜기세덱의 축복과 승리의 원천 :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엘 엘리욘)의 주권 고백.
하나님은 전쟁의 승리가 인간의 칼이 아닌 당신의 손에 있음을 알게 하시며, 예배와 나눔(십일조)을 통해 영광 받으시는 천지의 주재이십니다.
.
아브람이 돌아올 때 소돔 왕이 영접하러 나오고, 살렘 왕 멜기세덱이 떡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옵니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제사장으로, 아브람을 축복하며 승리를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아브람은 전리품의 십분의 일을 그에게 줍니다.
.
전쟁 직후 두 명의 왕이 아브람을 맞이합니다. 소돔 왕(세상의 방식)과 멜기세덱(하늘의 방식)입니다. 멜기세덱은 승리의 원인이 아브람의 전술이 아니라 ‘천지의 주재이시며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엘 엘리욘)’께 있음을 선포합니다. 아브람의 십일조는 이 승리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는 신앙 행위입니다. 떡과 포도주는 지친 전사를 위로하는 양식이자, 장차 예수 그리스도께서 베푸실 성찬의 모형입니다.
.
성공 뒤에는 반드시 유혹과 시험이 따릅니다. 큰 성취를 이룬 직후, “내가 잘해서 이겼다”는 교만이 틈탈 때 멜기세덱의 음성을 들어야 합니다. “너를 대적의 손에 붙이신 하나님을 송축하라.” 승진, 합격, 사업 성공 후에 우리는 누구에게 영광을 돌리고 있습니까? 나의 소득 중 십일조를 드리는 것은 단순히 헌금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입니다”라는 주권의 고백입니다. 세상의 칭송(소돔 왕)보다 하나님의 축복(멜기세덱)을 더 귀하게 여기는 예배자가 되십시오. 내 삶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며, 하나님의 허락과 인도하심 그리고 그 은혜 안에 있음을 고백하는 삶의 십일조를 제대로 고백하며 살고 있나요?
*
# 21-24 세상의 보상을 거절하는 거룩한 자존심 : 세상의 줄대기를 거부하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는 신앙의 결기.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이 세상의 부당한 이익으로 치부하는 것을 원치 않으시며,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의 상급이 되심을 믿고 당당하기를 바라십니다.
.
소돔 왕이 “사람은 내게 보내고 물품은 네가 가지라”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아브람은 “소돔 왕이 아브람을 부자 되게 하였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실 한 오라기나 들메끈 한 가닥도 가지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거절합니다. 단, 동맹한 자들의 분깃은 챙겨줍니다.
.
소돔 왕의 제안은 합리적이고 관례적인 보상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아브람의 ‘수평적 읽기’는 예리했습니다. 그는 소돔의 재물을 취하는 것이 결국 소돔 왕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는 ‘하나님만이 나의 상급’(15:1)이라는 믿음으로 세상의 후원을 단호히 거절합니다. 이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거룩한 자존심입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을 도운 이웃들(아넬, 에스골, 마므레)의 몫은 챙겨줌으로써 광신적인 태도가 아닌 합리적인 정의를 실현합니다.
.
세상은 우리에게 “적당히 타협하면 부자가 되게 해주겠다”고 유혹합니다. 불법적인 리베이트, 정직하지 못한 거래, 신앙 양심을 파는 성공의 기회들이 ‘소돔 왕의 제안’입니다. 이때 우리는 “하나님이 나를 부자 되게 하셨지, 세상의 불의가 나를 부자 되게 하지 않았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의 줄(line)을 서지 않고도 하나님만 의지하여 살아가는 당당함이 필요합니다. 직장에서 승진이나 이익을 위해 신앙을 팔지 마십시오. 하나님이 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배짱, 그것이 세상이 감당치 못할 믿음입니다.
*
# 거둠의 기도
천지의 주재이시며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 아버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롯처럼 눈에 보이는 화려함을 좇다가
영혼과 삶이 포로가 되어버린 우리의 연약함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오늘 아브람의 모습을 통해,
이익이 아닌 형제 사랑을 위해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참된 용기와 믿음의 야성을 배우기를 원합니다.
우리의 삶의 현장인 대한민국이라는 치열한 싯딤 골짜기에서,
우리가 세상의 방식에 길들여지지 않게 하옵소서.
승리의 순간에 나의 능력을 자랑하기보다
멜기세덱의 떡과 포도주를 기억하며 십일조의 고백을 드리는
겸손한 예배자가 되게 하소서.
“소돔 왕이 나를 부자 되게 했다”는 부끄러운 말을 듣지 않도록,
세상의 부당한 이익을 단호히 거절하고
오직 하나님만이 나의 기업이심을 증명하는
거룩한 자존심을 지키게 하옵소서.
우리의 영원한 대제사장이시며 참된 승리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