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하 31:01-21 히스기야의 온전한 개혁 : 거룩한 백성의 실천과 형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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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절을 마친 이스라엘 백성들은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나가 유다와 북이스라엘 땅에 남아 있던 모든 우상 숭배의 잔재들(주상, 아세라 목상, 산당, 제단)을 철저히 제거했습니다. 이후 히스기야 왕은 예배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의 직임을 다윗의 규례대로 재조직하고, 왕실 재산과 백성들의 십일조 및 예물을 통해 이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재정 제도를 확립했습니다. 백성들의 풍성한 헌물은 곧 하나님의 복이었으며, 왕은 이 예물들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분배하는 체계를 세워, 성전 봉사자들이 사역에 전념하게 했습니다. 결국 히스기야는 여호와 보시기에 선과 정의와 진실함으로 행하며 온 마음으로 하나님을 구했으므로, 그 행하는 모든 일에 형통의 복을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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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 역대하 31장 1-21절은 히스기야의 영적 개혁(29-30장)에 이어, 그 개혁을 일상의 삶과 공동체의 질서 속에서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실천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혁은 단순히 순간의 열심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를 세우는 데 달려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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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절 내면의 거룩이 일으킨 외적 파괴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 안에서 참된 예배와 충성을 위해 거짓된 것을 용납하지 않으시고 성결함을 요구하시는 거룩의 수호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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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절차(성전 정화와 유월절 준수)가 끝난 후, 이스라엘 백성들은 각자의 성읍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곧바로 생업으로 돌아가지 않고, 유다 여러 성읍에 이르러 우상 숭배의 상징인 주상들, 아세라 목상들을 깨뜨리고 찍었습니다. 나아가 북이스라엘 지파의 땅인 에브라임과 므낫세까지 가서 산당들과 제단들을 완전히 제거하여 멸한 후에야, 각자 자기들의 본성 기업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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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의 핵심은 자발성과 철저함에 있습니다. 백성들은 왕의 명령(29-30장)을 따라 모여 거룩한 은혜를 경험한 후, 이제는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되어 자신들의 삶의 터전까지 정화했습니다. 참된 예배를 경험한 공동체는 거룩함을 유지하기 위해 삶과 사회에 남아 있는 모든 우상의 잔재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는 모세 율법(신 7:5; 12:3)의 명령에 대한 순종이기도 합니다. 이 우상 제거는 단순한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아하스 왕(28장) 치하에서 만연했던 이방 제의의 외적인 흔적을 완전히 씻어내는 행위로, 하나님께 전심으로 돌아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입니다. 이는 신앙의 개혁이 영적 영역(예배)에서 시작하여 사회적, 물리적 영역까지 확장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신학적인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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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은혜를 경험한 후에도 남아 있는 영적 혼합주의의 요소들을 냉철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우상숭배는 눈에 보이는 신상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보다 우선시되는 모든 가치입니다. 과도한 경쟁 심리, 물질에 대한 탐욕, 편안함을 추구하는 안일함 등은 현대판 산당과 아세라 목상과 같습니다. 개인은 내면의 욕망과 외적인 습관 중 하나님보다 사랑하는 것이 없는지 성찰해야 하며, 가정은 자녀 교육이나 재정 운용에 있어서 세상의 성공 논리(경쟁, 물질)를 하나님 말씀보다 우위에 두지 않는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세상의 인기를 얻기 위해 복음의 본질을 희석하거나(영적 혼합주의), 세속적인 성공 신화에 매몰되지 않도록 거룩한 경계를 지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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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0절 예배를 위한 질서와 풍성한 헌신
하나님은 당신의 예배가 거룩한 질서와 풍성한 헌신 속에서 유지되기를 원하시며, 헌신에 넘치도록 복을 주시는 풍성하신 주관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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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기야는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의 반열(divisions)을 정하고, 그들의 직임(번제, 화목제, 섬김, 감사, 찬송)을 각자의 반열에 따라 행하게 했습니다. 왕은 자신의 재산 중 일부를 정하여 율법에 기록된 대로 상번제와 절기 번제에 쓰도록 구별했습니다. 백성들에게는 제사장과 레위인들을 먹이기 위해 율법이 정한 십일조와 구별한 물건들을 예루살렘으로 가져오도록 명령했습니다. 이에 백성들이 명령에 응하여 풍성히 가져온 헌물은 큰 더미를 이루었고, 왕이 이에 대해 묻자 대제사장 아사랴는 "여호와께서 그의 백성에게 복을 주셨음이라"고 고백하며 남은 것이 많다고 증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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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기야는 우상 파괴라는 부정적인 제거 작업에 이어, 긍정적인 질서 확립에 집중했습니다. 레위인들을 다윗의 규례대로 재조직한 것은, 예배의 정통성과 연속성을 회복하려는 의지였습니다. 이는 모든 사역이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해야 한다는 신학적 원칙을 강조합니다. 왕이 솔선수범하여 재정을 기부하고, 백성들에게 성전 봉사자들의 생계를 위해 헌신하도록 독려한 것은 예배 사역의 중요성을 국가적으로 인정한 행위였습니다. 백성들이 기꺼이 헌신한 결과, 예물이 넘쳐남으로써 순종에는 하나님의 풍성한 축복이 뒤따른다는 역대기의 핵심 주제(즉각적 보응 신학)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아사랴의 고백은 이 풍성함이 인간의 능력이나 노력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복임을 인정하는 겸손한 신앙의 증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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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시간, 재능, 물질이 예배를 중심으로 정렬되어야 합니다. 재정적인 헌신(십일조, 헌물)은 하나님께서 이미 베푸신 은혜에 대한 기쁨의 응답이며, 교회의 사역이 지속 가능하도록 돕는 현실적인 순종입니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먼저 예배에 대한 솔선수범을 보이고, 가정 재정의 우선순위를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데 두어야 합니다. 공동체(교회)는 예배와 말씀 사역에 헌신하는 이들(목회자, 사역자)이 생계의 어려움 없이 본연의 사명에 집중하도록, 투명하고 정의로운 재정 시스템을 확립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구태의연한' 교회가 아닌, 하나님의 질서를 실현하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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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9절 공의로운 관리와 나눔의 실천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이 성심으로 드린 헌물을 질서와 공의 안에서 정직하게 관리하고 분배하는 것을 기뻐하시며, 그 신실함을 통해 공동체를 견고하게 하시는 질서의 하나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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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기야는 여호와의 전 안에 헌물을 보관할 방들을 준비하도록 명령했습니다. 레위 사람 고나냐를 책임자로 세우는 등, 많은 관리인들을 임명하여 성심으로(faithfully) 헌물 관리를 맡겼습니다. 이들은 백성들이 즐거이 드린 예물을 제사장과 레위인들에게 족보와 직임, 반열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했습니다. 이 분배는 예루살렘에 사는 자들뿐 아니라 각 성읍에 거하는 모든 봉사자들과 그들의 아내, 자녀들까지 포함하여 거룩하고 충실하게 그 직분을 다하는 이들에게 모두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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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완성은 구체적인 행정 시스템과 윤리적 실천에 있습니다. 물질적 축복이 넘쳐날 때(더미를 이루었을 때), 히스기야는 즉시 관리의 질서를 세웠습니다. 이는 재정의 투명성과 공의로운 분배가 영적 개혁의 중요한 열매임을 보여줍니다. 재정 관리의 핵심은 '성심으로' (faithfully)였습니다. 레위 사람들을 책임자로 세워 모든 봉사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눈 것은 하나님 앞에서 선하고 정의로운 분배의 모범입니다. 이는 구약의 제의 규정뿐 아니라, 신약 교회가 재산 분배 시 공평함을 기하기 위해 집사를 세운 사례(행 6:1-4)와 같이, 교회의 공동체적 돌봄과 청지기 사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모든 봉사자들이 족보와 직임에 따라 분배를 받은 것은, 교회 공동체에서 각자의 소명과 역할을 존중하고 그 직무에 충실한 자들을 돌보는 것이 곧 하나님 나라의 질서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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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맡겨진 청지기 직분에 성심으로 임해야 합니다. 우리의 재정 관리, 시간 사용, 심지어 재능의 사용까지도 하나님 앞에서 투명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가정에서 재물을 사용할 때, 이기적인 욕심이 아닌 나눔과 구제에 힘써 하나님의 공의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공동체는 모든 재정 운영에 있어 최고의 투명성과 책임감을 유지해야 하며, 이 과정을 통해 세상에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증명해야 합니다. 오늘날 사회가 겪는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앞에서, 그리스도인은 정의와 공평을 기반으로 한 지혜로운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사회의 현상들을 하나님의 질서 회복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구태의연한 구제가 아니라, 시스템을 통한 공평한 분배는 세상의 관점을 변화시키는 실제적인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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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절 온전함과 일심(一心)으로 인한 형통
하나님은 당신을 온 마음으로 구하고 선과 정의와 진실함으로 행하는 자에게 형통의 복을 허락하시어 당신의 통치 원리를 증명하시는 신실하신 보상자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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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기야는 온 유다에 이같이 행했습니다. 이는 그 하나님 여호와 보시기에 선(善)과 정의(正義)와 진실함(眞實)으로 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무릇 그가 행하는 모든 일, 곧 하나님의 전에 수종드는 일에나 율법에나 계명에나 그 하나님을 구하고 일심(一心)으로 행하여 형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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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구절은 히스기야의 전 생애에 걸친 개혁의 동기와 결과를 요약합니다. 그의 성공(형통)의 비결은 인간적인 지혜나 군사력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에 있었습니다. '선과 정의와 진실함'은 그의 공적 리더십의 세 가지 기둥이었습니다. '선'과 '정의'는 윤리적 삶과 공의로운 통치를 의미하며, '진실함'은 언약에 대한 신실한 태도를 의미합니다. 특히 '일심(一心)으로' 행했다는 것은 전심(全心)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표현으로, 상황이나 외부의 압력(앗수르의 위협 등)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을 향한 확고한 중심을 지켰다는 뜻입니다. 히스기야는 하나님을 구하는(다라쉬) 태도를 모든 일의 최우선 순위로 삼았고, 그 결과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형통함을 허락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는 백성에게 주시는 변치 않는 교훈입니다. 리더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자신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개혁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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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에서 형통하기를 원한다면, 그 기준을 세상의 성공(돈, 명예)에 두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 두어야 합니다. 일심(一心)으로 하나님을 구한다는 것은, 일상의 작은 일에서부터 하나님을 의식하며(Coram Deo) 하나님의 뜻을 찾는 관점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개인은 영적 침체나 고난의 때뿐 아니라 번영의 때일수록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가정은 모든 결정이 선과 정의와 진실이라는 성경적 가치 위에 서도록 힘써야 합니다. 교회와 사회의 지도자들은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거나, 인간적인 욕망을 따르지 않고,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실현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의 삶의 마무리가 하나님 앞에서 선하고 정의롭고 진실한 행적(선한 일)으로 기억되도록, 매일의 순종에 힘쓰는 것이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합당한 처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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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사랑과 공의가 충만하신 하나님 아버지,
역대하 31장의 말씀을 통해 거룩한 개혁의 실천과
그에 따른 풍성한 형통을 묵상하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저희 안에 남아 있는 모든 우상의 잔재들을
일심으로 철저히 파괴할 수 있는 용기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저희가 주님께 드린 헌신과 재물을
공의와 질서 속에서 정직하게 관리하는
청지기 직분을 성실히 감당하게 하옵소서.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름받은 저희가
크고 작은 모든 일에서 주님을 먼저 구하고,
선과 정의와 진실함으로 행하는
거룩한 백성의 본분을 굳게 지키게 하옵소서.
세상의 강한 유혹 속에서도
일심으로 주님을 신뢰하는 겸손한 태도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평안과 형통을 경험하게 하옵소서.
저희 가정과 교회가 주님의 뜻을 이루는 거룩한 공동체가 되어,
세상에 당신의 영광을 선포하게 하옵소서.
주님의 신실하신 언약을 의지하여
이 모든 간구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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