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상 28:01-21 거룩한 사명의 전수와 동행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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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은 이스라엘의 모든 지도자를 예루살렘으로 소집하여 자신의 오랜 소원이었던 성전 건축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아들 솔로몬에게 맡겨졌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합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자신과 자신의 가문을 택하시고, 이제 솔로몬을 통해 그 언약을 이어가심을 증언합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계시로 받은 성전의 모든 설계도와 직무, 기물 목록을 솔로몬과 백성에게 상세히 전수하며,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할 때 약속된 복이 대대로 이어질 것임을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하나님의 변함없는 도우심과 동행을 약속하며,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사명을 완수하라고 솔로몬과 온 백성을 격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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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절: 하나님은 당신의 주권으로 택하신 대리자를 통해 당신의 나라를 세워가십니다.
하나님은 역사의 주관자로서, 친히 왕과 사명을 정하시고 당신의 절대 주권으로 자기 백성을 택하여 이끄시는 분이십니다.
다윗 왕이 이스라엘의 모든 고관, 즉 각 지파의 지도자와 왕을 섬기는 지휘관들, 천부장과 백부장, 그리고 왕과 왕자들의 재산과 가축을 관리하는 모든 책임자와 용사들을 예루살렘으로 소집합니다. 그는 일어서서, 자신이 하나님의 언약궤를 모실 성전을 건축하고자 했던 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자신은 '전쟁의 사람'이기에 이를 허락하지 않으시고, 아들 솔로몬에게 그 사명을 맡기셨음을 공식적으로 밝힙니다. 다윗은 유다 지파, 이새의 집, 그리고 자신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택하신 하나님의 주권적 선택을 상기시키고(4-5절), 솔로몬을 향한 하나님의 특별한 선택(6-7절)과 그에게 주어진 '영원한 왕위'의 조건으로 '계명과 법도에 대한 순종'을 강조합니다.
이 장면은 하나님 나라의 통치 원리인 ‘신정통치(Theocracy)’와 ‘대리 통치’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은 하나님이심을 모든 지도자 앞에서 겸손히 천명하며, 자신은 그 위대한 계획을 이루는 통로에 불과했음을 고백합니다. 성전을 짓고 싶었던 그의 인간적인 열망과 선한 동기조차 하나님의 더 크신 주권 아래 재해석되고 순종의 제물로 드려집니다. 이는 신앙의 유산과 사역의 계승이 인간의 계획이나 혈연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인 선택과 은혜 아래서만 거룩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솔로몬의 왕위 계승은 단순한 세습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감찰하시는 하나님께서 친히 택하시고 세우신 결과임을 분명히 합니다. 이는 오늘날 교회의 모든 직분과 사명의 기준이 인간적인 조건이나 인기가 아닌, ‘하나님의 부르심과 그분의 뜻’에 있어야 함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이러한 ‘거룩한 전수’의 구조는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원리입니다.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안수하며 리더십을 이양하는 장면(신 31장)이나, 엘리야의 겉옷을 엘리사가 이어받으며 영적 권능을 계승하는 모습(왕하 2장)과 그 맥을 같이합니다.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와 사도들에게 천국 열쇠를 맡기시며 교회를 세우시는 장면(마 16:18-19, 요 21:15-17)에서 그 절정을 이룹니다.
우리는 가정, 교회, 직장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대리 통치자로 부름받았음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나의 계획, 나의 비전, 나의 열심을 앞세우기 전에, 먼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묻고 그분의 인도하심을 잠잠히 기다리는 영적 성숙함이 필요합니다. 특히 리더의 자리에 있다면, 나의 성공이나 업적을 증명하려는 유혹을 경계하고, 다음 세대와 동역자들을 세우며 하나님의 나라를 함께 이루어가는 ‘겸손한 통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신앙의 전수와 사역의 계승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 중심성’과 ‘하나님의 선택’이라는 신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리더십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리더십은 자신의 뜻을 십자가에 못 박고 하나님의 뜻에 철저히 복종하는 자리임을 매일의 삶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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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0절 하나님은 마음을 다해 순종하는 백성에게 영원한 기업을 약속하십니다.
하나님은 언약에 신실하시며, 마음의 중심을 보시고 전심으로 순종하는 백성에게 약속의 복을 영원한 기업으로 허락하시는 분이십니다.
다윗은 이제 모든 백성과 하나님 앞에서 솔로몬에게 엄숙하게 권면합니다. 그는 백성들에게 “여호와의 모든 계명을 힘써 지켜 행하라”(8절)고 명령하며, 그리할 때 이 아름다운 땅을 누리고 후손에게 영원한 기업으로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이어서 그는 아들 솔로몬에게 개인적으로 “네 아버지의 하나님을 알고 온전한 마음과 기쁜 뜻으로 섬기라”(9절)고 간절히 당부합니다. 하나님은 모든 마음을 감찰하시고 모든 뜻을 아시기에, 그를 찾으면 만나 주실 것이나, 만일 버리면 영원히 버리실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도 덧붙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성전 건축이 하나님께서 주신 거룩한 사명임을 재확인하며 스스로 굳세게 행할 것을 촉구합니다(10절).
여기서 다윗은 하나님의 복이 혈통이나 지위, 혹은 종교적 형식에 의해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복의 근원은 ‘말씀을 향한 순종’에 있습니다. 특별히 9절의 권면은 역대상 전체의 핵심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아는 것’은 지식적 동의를 넘어, 인격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의미합니다. ‘온전한 마음’과 ‘기쁜 뜻’으로 섬기라는 요청은, 마지못해 드리는 율법적 순종이 아니라 전인격적인 사랑과 자발적인 헌신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마음의 중심을 다해 하나님을 찾을 때, 그분은 반드시 만나주십니다. 이 약속은 신약에서 예수님이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마 7:7)라고 하신 말씀과, 믿음으로 나아가는 자를 기뻐하시는 하나님(히 11:6)의 성품과 깊이 연결됩니다.
믿음의 유산은 화석화된 전통이나 교리를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살아있는 순종의 영성*과 ‘하나님을 향한 마음의 중심’을 전수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갖습니다. 하나님 나라라는 영원한 기업은 결국 매일의 삶에서 말씀을 붙들고 씨름하며 순종하는 자들이 누리는 선물입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의 신앙이 ‘전통의 계승’이라는 형식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삶으로 드리는 순종’이라는 본질을 붙들고 있는지 스스로를 점검해야 합니다. 자녀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귀한 유산은 세상의 성공이나 물질이 아니라, 바로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삶의 방식’과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전심으로 찾는 태도’입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더 높은 성취와 더 안정적인 미래를 추구하라고 속삭이지만, 하나님은 ‘순종하는 한 사람’에게 하늘의 복과 영원한 기업을 약속하십니다. 우리 공동체는 ‘전심으로 하나님을 찾는 예배 공동체’가 되어야 하며, 세상을 향한 우리의 진정한 영향력은 바로 이 순종의 삶에서부터 흘러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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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9절 하나님은 당신의 거룩한 뜻을 영감으로 보여주시고, 그 전수를 통해 일하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거룩한 계획을 계시와 영감으로 친히 보여주시고, 세대와 세대를 통해 그 뜻이 온전히 전수되기를 원하시는 분이십니다.
다윗은 성전의 구체적인 설계도를 솔로몬에게 전달합니다. 여기에는 성전 현관과 집들, 곳간, 다락, 골방, 그리고 속죄소의 설계도가 포함됩니다(11절). 또한 그가 영감으로 받은 성전 뜰과 주변의 모든 방, 하나님의 성전 곳간과 성물 곳간의 설계도도 넘겨줍니다(12절). 그는 제사장과 레위 사람의 반열과 직무, 성전에서 사용하는 모든 그릇의 양식과 무게, 금 등잔대와 등잔, 금 진설병 상과 각 상, 그리고 그룹들의 구조까지 매우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다윗은 이 모든 설계도가 인간의 지혜가 아닌, “여호와의 손이 내게 임하여 그려서 나에게 알려 주신 것”(19절)이라고 강력하게 증언합니다.
성전 건축이 인간의 창의적인 프로젝트나 정치적 과업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나님의 거룩한 계획과 영적인 지도 아래 이루어진 신적 사명임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다윗의 철저한 준비와 순종, 그리고 솔로몬을 통한 계승은 ‘영적 전수’의 완벽한 모델을 제시하며, 이는 신약의 교회와 예배 공동체가 세워지는 원리의 예표가 됩니다. “여호와의 손이 내게 임하여”라는 표현은, 성전의 모든 세밀한 부분까지도 하나님의 영감과 주권적인 개입으로 말미암았음을 강조합니다. 인간의 노력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모든 사역의 근본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앙고백입니다.
이는 신앙 공동체의 모든 질서와 직분, 사역의 근거가 인간의 재능이나 세상적인 효율성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말씀과 그분의 뜻에 있어야 함을 가르칩니다. 하나님의 계시와 영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왜곡 없이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영적 리더십’의 본질입니다.
오늘날의 교회는 거대한 건물이나 효율적인 조직, 화려한 프로그램에 집중하기보다, “하나님의 계시와 질서”에 순종하는 거룩한 예배 공동체로 세워져야 합니다. 우리 교회의 사역과 운영, 예배의 모든 순서와 결정 과정 속에 과연 ‘하나님의 손’이 임재하여 인도하고 계시는지 우리는 진지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신앙 교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의 유행을 따르는 프로그램이 아닌,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그분의 말씀’이라는 본질을 전수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인위적인 조작이나 인간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신실한 인도하심을 신뢰해야 합니다. 우리 기성세대는 자녀와 청년들에게 하나님의 꿈과 비전을 가르치고, 그들이 직접 그 비전을 삶으로 살아내도록 격려하고 지지하는 거룩한 전수자의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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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절 하나님은 당신의 뜻에 순종하는 자와 반드시 함께하시며 모든 것을 이루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자를 결코 홀로 두지 않으시며, 신실한 동역자들을 붙여주시고 모든 필요를 채우심으로 마침내 당신의 일을 완성하시는 분이십니다.
다윗은 자신의 모든 당부를 마친 후, 아들 솔로몬에게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고 놀라지 말라”고 마지막으로 격려합니다. 그 이유는 “네가 여호와의 성전 공사의 모든 일을 마치기까지 여호와 하나님 나의 하나님이 너와 함께 계시사 네게서 떠나지 아니하시고 너를 버리지 아니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20절). 더 나아가, 제사장과 레위 사람의 반열이 모든 직무를 도울 것이며, 숙련된 모든 장인과 온 백성이 솔로몬의 명령에 순종할 것이라고 말하며 구체적인 동역자들이 함께할 것을 약속합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거룩한 사명은 결코 한 개인의 능력으로 감당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동행하심’과 ‘공동체의 동역’이라는 두 날개를 통해 완성됩니다. “강하고 담대하라”는 권면은, 과거 하나님께서 모세와 여호수아에게 반복적으로 주셨던 약속의 말씀(신 31:6, 수 1:6-9)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는 세대를 넘어 동일하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보여줍니다. 우리 앞에 놓인 사명이 아무리 거대하고 현실의 장벽이 높아 보일지라도,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만이 두려움을 이기고 전진할 용기를 줍니다. 성전 건축이라는 위대한 과업의 진정한 성취 주체는 솔로몬이 아니라, 그와 함께하시며 모든 것을 예비하시는 하나님 자신임을 다시 한번 선포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와 성도들은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위축되거나 두려워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 28:20)는 주님의 약속이 있습니다. 이 약속을 굳게 붙들고 담대하게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는 목회자, 직분자, 평신도 모두가 ‘하나님의 일’에 부름받은 동역자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재능과 은사를 나누며, 함께 짐을 지는 성숙한 협력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이기주의와 분열이 만연한 시대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거룩한 협력’과 ‘섬김의 리더십’의 본을 보여야 합니다. 교회 안팎의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연대하여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힘써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내게 맡겨진 사명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주님 앞에 정직하게 내려놓고,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믿음의 순종을 한 걸음 내디뎌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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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만왕의 왕 되신 주님,
저희의 인생과 계획을 온전히 주님의 주권 아래 내려놓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
주님이 기뻐하시는 길, 주님이 인도하시는 길로 걸어가게 하옵소서.
주께서 맡기신 거룩한 사명 앞에서
인간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강하고 담대하라”는 주님의 음성을 신뢰하며 순종하게 하시고,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과 은혜의 복음을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수하는
복된 통로로 저희를 사용하여 주옵소서.
우리 교회와 가정, 이 땅의 모든 공동체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거룩한 성전을 세우는 일에
기쁨으로 동역하게 하시고,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며 모든 것을 이루시는
신실하신 하나님만을 영원히 의지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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