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119:17-32 주의 말씀은 우리를 살리고 살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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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말씀으로 어두운 눈을 밝혀 달라고 간구하면서 나그네 인생을 향하여 주의 말씀을 주셔서 길을 이끌어 주실 것을 신뢰하며 고백합니다. 또한 주의 말씀은 사람을 살리고 세우심을 믿으며, 믿음의 길로 달려갈 수 있는 힘을 공급해 주심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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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멜(גְּ)> : 고난과 약속
# 17,18절 하나님은 말씀으로 우리의 눈을 밝혀 주시는 분이십니다.
17. 주님의 종을 잘 돌봐 주십시오. 나 살아서 주님의 말씀을 지키겠습니다.
18. 내 눈을 열어 내가 볼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주님 가르침의 놀라운 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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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하나님의 종으로 자신을 낮추며 “살게 해 달라”고 간청하고, 그 이유는 “주의 말씀을 지키기 위함”이라 고백합니다(17절). 이어 그는 “내 눈을 열어 주셔서 주의 율법의 놀라운 것들을 보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18절).
하나님의 말씀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놀라운 비밀과 생명의 길을 담은 진리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 진리를 스스로는 볼 수 없기에 하나님께 눈을 열어 달라고 간구해야 합니다. 이는 바울이 말한 “성령으로만 하나님의 깊은 것을 알 수 있다”(고전 2:10–12)는 가르침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신앙의 여정은 ‘보게 하심’에서 시작됩니다. 말씀을 읽기 전에 우리는 ‘열린 눈’을 위한 기도로 나아가야 합니다. 설교자든 성도든, 하나님 말씀을 이해하고 순종하려면 먼저 그 말씀의 ‘놀라운 것들’을 보는 영적인 감각이 필요합니다.
예배 전에, 묵상 전에, 그리고 모든 모임과 여타의 신앙관련 일들 전에 기도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찾고 두드리며, 그 뜻을 따라 모든 언행심사를 순종하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기도보다 앞서지 않는 자세로 주님의 뜻을 구하는 것이 말씀앞에, 말씀안에, 말씀으로 살려는 이들의 신앙고백인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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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4절 하나님은 나그네 인생에게 말씀으로 로 인도해 주십니다.
19. 나는 세상에서 나그네입니다.나에게 감추지 마십시오, 주님의 명령들을.
20. 이 몸이 사그라졌습니다, 주님의 법령들을 늘 바라다가.
21. 주님이 저주받은 건방진 사람들을 꾸짖으셨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명령들에서 벗어난 사람들입니다.
22. 나에게서 치욕과 멸시를 치워 버려 주십시오. 주님의 증언들을 내가 따랐으니까요.
23. 관리들도 한데 앉아 나를 두고 모의합니다. 주님의 종은 주님의 규정들을 골똘히 생각합니다.
24. 주님의 증언들도 내 즐거움입니다.나에게 조언해 주는 사람들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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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자신을 ‘땅(세상)에서 나그네’라 고백하며, 그런 존재에게 말씀을 숨기지 말아 달라고 간청합니다(19절). 규례를 사모하여 마음이 상하고(20절), 교만한 자들의 멸시와 비방 속에서도 주의 율례를 묵상하며 말씀에서 즐거움을 얻는다고 말합니다(22–24절).
시인은 세상에서 자신이 불안정하고 이방인 같은 존재임을 인식하며, 그런 자신에게 삶의 지침이 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계명뿐임을 고백합니다. 고난 가운데서도 말씀을 즐거워하고 묵상하는 이 자세는 욥기와 예레미야에서도 반복되는 신앙인의 모범입니다(욥 23:12, 렘 15:16).
우리는 세상의 안정 속에 안주하지 않고,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낯선 세상 속에서 나그네와 같은 정체성을 인식해야 합니다(고아와 과부와 나그네와 이방인, 가난한 자, 눈먼 자, 듣지 못하는 자, 병든 자.. 등도 모두 우리의 정체성을 유비하는 표현들입니다). 이럴 때 오직 말씀만이 우리를 위한 나침반이 됩니다. 고난 속에서도 비방을 두려워하지 않고, 말씀을 ‘상담자’로 삼아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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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렛(דְּ)> 자유의 말씀
# 25-28절 하나님은 눌린 자를 말씀으로 살리고 세우시는 분이십니다.
25. 땅바닥에 달라붙었습니다, 이 몸이 나를 살려 주십시오, 주님 말씀대로.
26. 나의 길들을 내가 자세히 말씀드렸더니 주님이 나에게 대답해 주셨습니다. 나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주님의 규정들을.
27. 주님 지시하신 길을 나에게 일깨워 주십시오. 내가 골똘히 생각하겠습니다, 주님 하신 놀라운 일들을.
28. 이 몸이 걱정 때문에 눈물을 흘립니다. 나를 일으켜 세워 주십시오, 주님 말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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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내 영혼이 진토(땅바닥)에 붙었다’며 절박한 상황을 고백하고, 주의 말씀으로 자신을 살려 달라고 간청합니다(25절). 이어 주의 율례를 배우기를 원하며, 마음이 녹는 고통 중에도 말씀대로 자신을 세워 달라고 기도합니다(28절).
이 부분은 시인의 극심한 고통 속 부르짖음과 동시에, 말씀을 붙잡고 회복을 구하는 신앙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영혼이 진토에 붙었다”는 표현은 시편 22편과 욥기의 언어와도 상응하며, 죽음 직전의 절망을 묘사합니다. 그러나 그 절망 속에서도 시인은 말씀에 희망을 둡니다.
우리가 눌림과 낙심 가운데 있을 때, 회복의 길은 ‘말씀대로’ 살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고통을 없애 달라는 기도보다, 고통 속에서도 말씀을 배우고 견디게 해 달라는 기도는 우리를 더 깊은 신앙으로 이끕니다. 때로 더이상 기도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우리를 살리고, 세우고, 온전케 하는 것이 말씀의 능력인 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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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32절 하나님은 넘어진 인생을 일으켜, 믿음의 길로 달려갈 수 있는 말씀의 힘을 공급해 주십니다.
29. 거짓된 길은 나에게서 없애 주십시오. 주님의 가르침을 베풀어 주십시오. 나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30. 참된 길을 내가 골랐습니다. 주님의 법령들을 내가 내 앞에 두었습니다.
31. 내가 주님의 증언들을 굳게 붙잡았습니다. 오, 여호와여, 내가 창피당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32. 주님 명령들의 길로 내가 달려갑니다. 주님이 넓혀 주셨으니까요, 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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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거짓된 길’을 버리고 ‘성실한 길’을 선택하며, 주의 법과 규례 앞에 자신의 삶을 세웁니다(29–30절). 주의 증거에 매달리며 수치를 면하게 해 달라고 구하고, 주께서 마음을 넓히시면 계명의 길로 ‘달려가겠다’고 결심합니다(32절).
이 부분은 시인의 내적 결단과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헌신을 보여줍니다. 말씀을 택한 자는 그것을 단순히 지키는 것을 넘어, 기쁘게(또는 즐거이) 달려가는 사람입니다. 이는 단순한 순종을 넘어서 적극적인 헌신입니다. “마음을 넓혀 주시면”은 곧 ‘자유하게 하시면’이란 뜻으로, 성령의 자유 속에서의 순종을 의미합니다.
오늘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억지로 지키는 법'이 아니라, '기쁘게 달려가는 삶'으로 순종해야 합니다. 마음이 넓어져야 길이 보이고, 길이 기쁨이 됩니다. 이를 위해 기도해야 할 것은 “말씀을 따라 달릴 수 있도록 마음을 넓혀 주소서”입니다. 그렇게 주의 말씀을 송이꿀처럼 달게, 그리고 즐거이(시 1:2) 묵상해 갈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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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님은 말씀을 통해 어두운 눈을 밝혀 주시고, 나그네 같은 인생길에 등불이 되시며, 눌린 자를 살리시고, 자유하게 하여 계명의 길로 달려가게 하시는 분입니다. 그 하나님을 왕으로 섬기며 사는 성도는 말씀을 사모하며, 세상 속에서 거룩한 나그네로 살아가는 기쁨과 힘을 얻게 됩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자꾸 중심을 향해 달리라 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로 하여금 그분을 중심으로 삼고, 그 길을 향해 ‘기쁘게 달려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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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둠의 기도
우리에게 생명되시는 하나님 아버지
갈바를 알지 못하고,
지금의 삶이 이해되지 않고,
도무지 기도할 수 없을 때에도
주께서 눈을 열어 주셔서
빛을 보게하여 주시고
참된 자유와 해방의 기쁨을
얻게 하여 주옵소서.
왕되신 주님의 말씀을 사모하며
날마다 말씀의 인도를 따라
말씀을 중심과 소망으로 삼고
주의 발자취를 따라 살기 원합니다.
말씀의 그 길을 따라
달려가기 원합니다.